2024년 1일.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발급받았다.
위험하고 깨끗하지 않은 환경이기에 다들 꺼려한다는 노가다.
솔직히 처음엔 많이 고민했다. 환경이 안 좋은 걸 떠나서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터넷 정보를 보면 꼰대들 천국에 성격 안 좋은 반장님들이 많아서 멘탈이 나갔다는 글이 많았다.
걱정이 많았지만 뭔가 일을 새로 시작하려고 하면 필요한 자격증이나 기술을 쌓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당연히 돈도 많이 든다. 아무리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해도 교육을 받는 동안 버틸 수 있는 생활비가 필요했다.
결국엔 노가다 시작!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일단 당근에 기술 가르쳐 주실 분! 하고 글을 썼다. 2살 정도 많은 형님이 나와 함께 하다고 했는데, 혼자서는 외로우니 같이 일할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가 이유였다.
그 형님 덕분에 어디서 노가다를 구하고 일당은 얼마나 받는 건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같이 일을 하는 동안 형님의 너무 힘든 사정을 알아서 돈을 빌려줬다. 반드시 갚는다던 형은 잠수를 탔다. 사실 형님이 빌려달라고 하기 전에 너무 힘들어 보여서 내가 빌려준 거라 할 말은 없다. 노가다의 첫 스타트부터 200만 원을 까고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맨 처음 들어간 현장.
오야지 같은 오라를 풍기는 반장님이 나에게 이것저것 가져오라고 시킨다. 하지만 난 아는 게 없었다. 그 반장님은 친절하게 알려주기는커녕 언성만 높이실뿐.
"나는 3번 알려줘서 모르면 닭 머리라고 불러."
초보라고 갔는데 가자마자 공구를 잡게 하더니 못하니까 엄청 뭐라 하더라.
노가다의 첫인상은 정말 스펙터클했다. 돈도 없어지고, 욕도 많이 먹고.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됐다. 난 돈이 필요했고 일할 곳이 필요했다. 그렇게 계속 일을 알아보던 중 일다오 어플로 지금의 사장님이 나에게 연락을 했다.
이런저런 일을 하는데 혹시 일하실 의향이 있나를 여쭤본 것이다. 나는 당연히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숙식 노가다였는데 일당은 14만 원 받기로 하고 동탄으로 향했다.
짐을 싸서 도착한 뒤 현장에 있는 반장님 번호를 받아 연락을 취했다. 그러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난 들은 게 없는데?"
"네?"
처음엔 당황했지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우선 숙소에 가 있으라고 하셨다. 그렇게 첫 숙식 노가다가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터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메모하고 물어보고 소리 크게 내고 인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었다.
초보 때 하는 일은 대부분 잔 심부름이다. 공구 가져오기, 자재 찾아서 가져오기, 나르기, 기술자가 일하는 거 옆에서 거들기 등이다. 모른느 것은 하나하나 알 때까지 물어보고, 인터넷에서 공부도 해갔다. 힘써야 할 일이 있으면 힘들어도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 달려들었다.
기공(기술자) 2명, 초보 1명이 있는 팀에서 일하게 됐는데, 인정을 받기 위해 꽤나 노력했던 것 같다. 아직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기도 하고 현장에는 또라이들이 많아 다들 처음 만나면 얘기를 잘 안 한다.
일을 하면서도 셋만 이야기하고 나는 껴주지 않았다. 하지만 1주가 지나고 2주 정도 계속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자 반장장님들이 서서히 마음을 열어주셨다.
잔 심부름에서 출발한 나는 한 손에 임팩을 들고 피스를 박기 시작했고, 함마드릴로 콘크리트를 깠다. 처음이라 당연히 어렵고 힘들었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반장님들 덕에 빠르게 배울 수 있게 됐다.
그러다가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가 곤돌라는 타게 되었다. 당연히 타기 싫었지만 돈을 벌어야 하기에 탔다. 바람이 불고, 흔들리고 선이 꼬이고, 전선이 끊어지는 등 사고가 많았지만 꿋꿋하게 버텨냈다.
이제애 제대로 된 팀에서 노가다를 하며 주변 환경을 여유 있게 살필 수 있었다. 노가다는 확실히 어렵고, 위험하고, 더러운 게 맞다. 그러기에 사람들이 없고 하기를 꺼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맘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몇 주의 시간이 흐르자 팀은 그대로 유지된 채 다른 현장으로 옮겨갔다. 원형계단을 만드는 일이었는데 그 현장에서 용접을 배울 수 있었다.
노가다에서 기술을 배우려면 스스로 계속 기회가 될 때마다 나서야 한다. 열심히 하다 보면 반장님들이 기회를 주시는데 그 기회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 못해도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반장님들이 잘 알려 주신다.
처음 인터넷에서 찾아볼 땐 뭐 다 자기 밥그릇 지켜야 한다면서 기술을 안 알려준다고 들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나이만 젊어도 반장님들이 적극적으로 알려주신다.
하지만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 쉬는 시간에 혼자 연습도 해보고, 질문도 해보고 이래야 아 배울 마음이 있는 녀석이구나 하며 반장님들이 나서주신다.
용접 같은 경우도 그랬다.
"아무도 안 알려준다~ 혼자 연습해~"
어깨 너머로 용접하는 걸 계속 지켜보았다. 사실 눈으로 보면 아다리라고 해서 눈 손상이 오는데, 최대한 눈이 안 아플 정도로 관찰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안 쓰는 파이프에 지져보았다. 그러다 보면 옆에서 지켜보던 반장님들이 하나 둘 모여와 팁을 툭툭 던져주고 가신다.
그렇게 용접을 배워, 아직 풀용접은 아니어도 가용접까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쯤 일당이 15만 원으로 올라갔던 걸로 기억한다.
원형계단을 만들면서 도면 보는 요령, 그라인더 사용법, 커터기 사용법, 용접하는 법 등을 배웠다.
잔심부름만 하던 초보는 이제 자르고 지지고가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부터 일이 많아진다. 노가다는 받은 만큼 일해야 한다. 그리고 일한 만큼 받는다.
열심히 잘하면 일당도 빨리 올라가고, 일당이 올라간 만큼 요령 피우지 말고 열심히 해야 한다.
초보 때 이쁨 받는 팁을 좀 알려주겠다.
- 할 거 없을 땐 무조건 청소라도 하기. (돈 주는 오너 입장에서는 놀면 아깝다.)
- 배터리는 무조건 충전해 놓기
- 십자팁, 또는 복스알은 품속에 한두 개 꼭 가지고 다니기.(언제 필요할지 모름)
- 줄자는 총처럼 가지고 다니기. 무조건 필수
- 기공이 뭐 하면 무조건 따라가서 뭐 하는지 관찰하기
- 컴퓨터 사인펜, 0.9 샤프, 2.0 샤프, 칼 가지고 다니면 좋음
- 사수가 다음에 뭘 할지 미리 캐치해서 준비해 놓기.
- 어떤 반장님을 만나든 인사는 밝게.
원형계단 만들기 이후로 곤돌라 타고 난간대 설치, 데크 설치, 그라스울 넣기, 판 박기, 큰 재활용 쓰레기통 만들기, 20평 남짓 주택 골조 및 판 시공해 보기, 간이 창고 제작, 인테리어 구조물 설치, 유리 난간대 설치, 문틀 설치, 샷시 설치, 이미지바 설치, 물받이통 설치 등 많은 것을 해봤다.
그렇게 점점 경력이 쌓이면 이제 기공이 나보고 이거 네가 혼자 해봐 하고 미션을 던져주신다. 자로 재고, 자르고, 용접하고 등등 열심히 해서 완성하면 돌아오는 한마디.
"마음에는 안 드는데 잘했네."
이렇게 천천히 인정받다 보면 또 일당이 오른다. 일당 16만 원을 받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고 혼자서 데크를 어느 정도 할 줄 알게 됐을 때 일당이 17만 원이 되었다.
그동안 쇠붙이를 머리에 맞고 병원에 가서 4 바늘을 꿰매고, 용접하다가 튄 불똥에 손에 큰 화장을 입어서 한동안 고생했었고, 그라인더 불똥에 옷에 불이 붙는 경우도 있었다. 허리와 엘보가 나가서 작업하다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병원에 간 적도 있었다. 뭐든 공짜로 주어지는 건 없는 것 같다.
노가다는 위험한 게 맞다. 하지만 그만큼 하는 사람이 적어서 나이 어리고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다른 팀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한다. 혹시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 우선은 노가다를 하면서 목돈을 모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노가다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딱 하나만 명심하자.
몸이 우선이다.
추가 팁
- 마음에 안 드는 반장님이 있어도 뒷담은 금물. 바닥이 좁아서 순식간에 퍼지고 내가 폐급 된다.
- 열심히만 해도 다들 알아준다.
- 또라이들 진짜 많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자. 익숙해지면 그냥 흘리게 된다.
- 젊은 사람 진짜 진짜 찾기 힘들다. 30대면 깡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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