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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수다

숙식 노가다 장단점, 노가다를 하면 마주하는 일

by 완전노린이 2024. 2. 19.

숙식 노가다, 혹은 노가다를 시작하려고 하는 20대, 30대들이 이 글을 보고 많이 얻어갔으면 한다.

노가다 시작 전 알아가야 할 것들을 나름대로 정리해 봤다.

양이 많다. 하지만 알아두면 분명히 도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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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곳을 거치며 이제야 한 곳에 정착했다.

숙식 노가다는 말 그대로 나의 집을 떠나 지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고려해야 할 상황이 꽤나 많았다.

짧지만 여태까지 겪었던 숙식 노가다의 장단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이후에는 내가 마주했던 일을 적어보겠다.

숙식 노가다의 장점


1. 돈이 안 든다. (돈이 훨씬 잘 모인다.)

이게 업체마다 다르긴 한데 내가 들렸던 곳은 대부분 숙식비를 지원해 줬다.

숙박비 100프로 지원, 아침, 점심, 저녁 지원

공과금도 따로 낼 필요 없고 밥까지 주니 돈 나갈 일이 없다.

노가다의 초보(난 아무고또 몰라용)는 보통 14~16, 업체만 진짜 잘 만나면 18까지도 받는다.
<추가로 일할 수 있는 현장은 2시간마다 0.5씩 더 받는다. 예를 들면 일당이 16인 현장에서 2시간 더 일하면 24(16+8)만 원, 거기다 2시간 더 일 하면 32(24+8)만 원을 받는다.>

다른 어지간한 직업(월급 200초 중반) 보다 많이 받는 편이다.

여기다 식비까지 아낄 수 있으니 돈 모으기 정말 좋다.


2. 차가 없어도 일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말 그대로 숙식 노가다 이기 때문에 당연히 차가 없어도 일할 수 있다.

이게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여기서의 장점은 현장까지의 거리가 짧은 편에 속하고, 아침마다 겪는 주차지옥을 피할 수 있다.

삼성 택고덕현장의 글이나 유튜브를 보면 다들 주차하려고 기존 출근시간보다 1시간~ 1시간 30분 일찍 와서 주차를 시도한다.

그야말로 출근전쟁..

이 글을 보고 지인과 함께 일하며 출퇴근하려는 나는 저기는 거들떠도 안 보고 기흥 삼성 SDR현장으로 갔었는데, 거기도 5시 30분까진 주차장으로 가야 했다.

아직 숙식을 결정하지 못했던 그땐 내가 3시 30분에 일어나야 했다.... 그건 절다 불가능하지.

3.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난다.

이게 어떤 이에게는 장점이, 어떤 이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론 차라리 빨리 가서 끝내고 일찍 들어오는 게 낫다.

보통 5시 30분쯤 기상하고 씻고 아침밥 먹고 대충 7시~7시 30분 정도부터 일을 시작한다.

이후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고 4시~4시 30분쯤 끝난다.

숙식 노가다의 단점.

1.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룸메이트(흡연, 술, 인간관계, 잠꼬대, 취침 및 기상 시간 등)

나는 비흡연자다. 하지만 지금의 룸메이트 형님은 흡연자다. 하지만 형님이 나를 많이 배려해 줘서 내가 다 씻고 난 후 화장실에서 환풍기 틀고 피거나, 아주 잠깐씩 창문을 열고 핀다.

근데 이런 룸메이트를 만나는 건 꽤나 어러운 일이다.

더군다나 나는 3인 1실인데 우연히 지금은 2인 1실로 지내고 있기에 서로가 조금 양보하면 괜찮은 숙소 생활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방은 2인 1실이지만 전체적으로 6~8인 1집(?)으로 지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조건의 숙식을 직접 겼진 못했다. 하지만 지인의 말을 들어보면 아침에 씻는 것도 여러 명이라 힘들고, 잠꼬대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고 한다.

그리고 노가다판은 대체로 사람이 길게 머무는 법이 없기에 아무리 인간관계에 노력을 적게 투자한다고 해도 결국 룸메이트 아저씨들이랑은 친하게 지내야 하니 이것도 분명 스트레스다.

여기서 또 중요한 한 가지.

현장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내가 겪은 현장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끝나고 술을 마셨다.

거의 매일 같이 마시는 사람도 있다.

술을 은근슬쩍 거절 못하게 권유하는 사람, 술 먹고 라떼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는 사람 등 술로 인해 피곤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 이들을 무시하면 될까? 맞는 말이다. 하지만 며칠이든 몇 달이든 이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한다면 그런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다.

+빼먹은 내용 추가: 취침시간 다르면 이것도 정말 스트레스^^

2. 집에서 멀다면 집까지의 왕복이 힘들고 외롭다.

나는 차가 없다. 혹시 차가 있다고 한들 대부분의 숙식 노가다 하는 사람들은 집이 멀 것이다.

그렇기에 필요할 때마다 집에 들르기가 어렵다.

이 말인즉슨 옷 같은 것도 계절에 따라, 필요에 따라 바로바로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

그리고 집에 무슨 일이 있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이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외롭다..

룸메이트랑 친해지면 그나마 덜하긴 한데, 나이차이가 있기 때문에 친해지기 어려울 때가 많다.

설사 나와 비슷한 또래가 있다고 해도 당연히 잘 맞지 않을 경우가 있다.
(애초에 또래 만나기가 어려움)

친구들을 만날라고 쳐도 아마 친구들과 자주 모였던 장소와는 거리가 멀 가능성이 크다.

노가다를 하면 마주하는 일

1. 엄청난 양의 먼지

당연히 공사현장에서 일을 한다면 먼지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일반 마스크, 방진 마스크 등등을 다 껴도 여기는 그냥 공기가 먼지이기 때문에 이런 거에 민감한 사람들은 맞지 않다.


2. 파워 간접흡연

공사현장 노가다에 가면 90프로 이상은 흡연자라고 보면 된다.

쉬는 시간에 어쩔 수 없이 담배 피우는 형님들과 같이 앉아있어야 할 때가 많다.


3. 말로만 듣던 꼰대들과의 생활
(꼰대 아닌 사람이 더 많지만 가끔 있는 사람에게 걸리면 하..)

나는 막대라서 얼떨결에 강제로 당구장에 끌려갔다.
평생 한 3, 4번 경험해 본 게 다인 나는 당연히 규칙을 잘 몰랐다.

근데 2대 2 당구 게임을 진행하며 나를 점수보이로 써먹었다.

거의 그냥 점수 올리는 용으로만 데려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점수 체크만 한다. 술을 잘 못하지만 왜 술 안 먹냐고 계속 눈치를 춘다.

이러다가 점수라도 잘못체크 하면 온갖 비난이 쏟아진다.

후.. 추가로 나는 비흡연자고 술도 잘 안 먹고 당구도 잘 모른다. 이런 나이기 꼰대아저씨들은 인생 뭐 하고 살았냐며 비웃는다. 신경을 안 쓰면 그만이긴 하지만 썩 기분이 좋진 않다.^^

야한 드립은 거의 일상. 센 척, 뒷담, 끊이질 않는 라떼 토크도 당연히 기본.


4. 노가다라고 해서 편견처럼 다 어렵지 않다.

노가다도 종류가 엄청 많다. 당연하지만 건물을 지을 때 엄청 다양한 종류의 전문가와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처음엔 땅을 파고, 철근을 묻고, 콘트리틀을 붓고..

천장에 전선이 지나갈 수 있게 장치를 달고, 전선을 깔고

각 공간을 구분 짓게 하기 위해 가벽을 옮기고 설치하고

바닥재를 시공하기 위해 콘크리트 바닥에 먼저 구멍 뚫고 앙카를 박아서 긴 철근을 고정 키고....

그 위에 바닥재를 시공하고...

바닥, 천장, 벽 할 거 없이 시멘트를 바르고..

그 위에 타일, 벽지 등등을 바르고..

정말 많은 팀들이 각자의 기술로 건물을 짓는다.
이렇기에 힘든 일도 있지만, 분명 생각보다 쉬운 일도 존재한다.

너무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 없다.

4. 아무리 내가 다른 곳에서 날고 기었어도 여기선 왕초보다.

초보는 당연히 초보 취급을 받는다. 따라서 자존감이 흔들릴 때가 많다.

초보이기 때문에 힘든 일을 시키지 않은 점은 좋지만, 아무리 한 사람으로서 대우해 주는 팀을 들어가도 은근 무시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이때 좀 서럽다.

5. 확실히 위험하다.

요즘 대기업 현장을 가면 안전을 엄청엄청엄청나게 중시한다.

안전교육도 길게 하고, 관리자들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우리이기 옐로카드 레드카드를 준다. 레드카드를 받으면 현장 퇴출^^

하지만 이럼에도 톱날 달린 공구, 엄청 무거운 건자재, 사방에 튀어나와 있는 나사들, 길고 무거운 걸 들고 다니는 사람들, 여러 중장비들 등 다칠 거리는 얼마든지 있다.

긴장 살짝이라도 풀면 많이 다친다.


6. 나름 낭만도 있다.

탁 트인 곳에서 드릴 질 하며 예쁜 풍경을 보면 때론 마음이 치유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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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적고 보니 안 좋은 점이 더 많이 부각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것도 모르는 초심자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노가다 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